2014년 11월 26일 수요일

이민의 첫발 내디딘 필라델피아에서 달린 마라톤



 



2000년도에 시작한 마라톤이 이제 15년이란 세월이 흘러 145번째 공식대회를 맞게 됐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초기에 무작정 달리다 부상을 당해 거의 1년간 달리지 못한 2002년도와 뉴욕에서 개최한 60km 울트라 마라톤에 참여키 위해 불참한 2008년도를 제외하곤 매년 출전, 13년 동안 꾸준히 참여했다. 



 


 
필라델피아는 내가 1989년 11월11일 이민의 첫 발을 내 디딘 곳이며 아들(전택)이 대학과 대학원 연구원(U-Penn)을 다녔고. 의과대학 4년을 Albany에서 다니느라 비웠을 뿐 다시 레지던트을 이곳에서 하고 전문의도 Jefferson Hospital에서 하기 때문에 나와는 인연이 깊은 도시다.

또한 형님이 1975년도에 이민 생활을 이곳에서 시작 모든 친인척이 여기 정착해 있어 자주 왕래하는 등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뉴욕과 필라델피아 마라톤 그리고 유서 깊은 보스턴 마라톤은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되도록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금년에도 연초에 등록을 하고 2014년도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둘 생각을 했다.
 
 


대회날이 다가 왔다. 10일전부터 예의 주시하던 날씨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달리기에 좋았다.

C님이 운전하고 H박사와 나는 1시간 전 도착 예정으로 일찌감치 새벽 4시에 출발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시내입구부터 차량을 통제하여 길을 찾아 헤매게 됐다. 
 
 http://newsroh.com/technote7/sh_main_1.php (참조)
 


겨우 입구에 도착했으나 워낙 많은 차량 때문에 움직이질 않았다. 할 수 없다. 여기에서 내려 달려가자! 둘이서 출발지점까지 달려갔다. 나는 아무리 급해도 볼일을 보고 출발 선상에 서야 하기 때문에 가는 중 쉐라톤 호텔에 들러 일을 보고, 가방을 맡길 UPS 차량이 있는 곳을 찾아 달렸다.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출발 선상에 섰을 때 등에 식은땀이 솟아오르는 듯 했다.
 
 


Green 그룹 #5423번! 가슴에 단 번호판을 매 만지며 다짐해 본다. “잘 달려 보자!” 먼저 Wheelchairs/Hand cycles 선수들이 출발하고 정각 7시에 엘리트, White, Black, Green 그룹 순으로 시차를 두고 스타트를 했다.

스타트 매트를 밟으며 스톱워치를 눌렀다. 그러나 2마일 지점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고 다시 버튼을 눌렸다. 얼마를 어떤 시간으로 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대충 계산하며 달렸다.
이제부터는 목표 3시간45분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보자! 마음을 갖고 정면만 보고 달렸다. 
 
 


Delaware 강변을 지나 시내로 접어들었을 때는 많은 응원객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고성(高聲)으로 런너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34 Street의 넓은 도로 8마일 지점의 급수 대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Martin Luther King Jr Dr를 지나 Fair Mount Park의 언덕을 쉽게 올라갔다.
 
 


Schuylkill River 강변을 따라 출발했던 박물관 앞에 오면 13마일 Half Marathoner들은 오른쪽으로 가서 Finish하고 Full Marathoner들은 왼쪽으로 직진, 19.5 마일 지점 반환점에서 돌아오면 된다.

내 계산으로 하프를 1시간46분 정도 통과 했을 것으로 추정, 이 정도면 목표 달성은 무 난 할 것으로 생각하고 차분히 달렸다.
 
 


하프 마라토너들이 빠진 탓에 주로(走路)는 그 많던 런너들이 반으로 줄어들어 텅 빈 것 같았다. 17.5 마일의 U-Turn지점에서 돌아오는데 '3시간45분' 페이스메이커가 뒤따라 오고 있었다. 그들에게 추월당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强迫觀念)에 사로 잡혀 속도를 조금 올렸다. 

그러나 19.5 마일의 반환점을 돌아 21 마일 지점에서 3시간45분 페이서에 잡히고 말았다. 체력의 한계인가? 그러나 최선을 다하자!

마음을 다잡아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왜? 이렇게 마지막 2마일이 먼가? 이 주로를 13번 달려 눈에 선 하건만 달릴 때 마다 멀게 느껴졌다.
 
 


26마일 지점에서 “KOREA!!”하는 소리에 귀가 번쩍! 그쪽으로 달려가 흔들며 응원하는 국기를 빼앗아 들고 마지막 골인 지점을 통과하며 “Korea” 하고 청명한 하늘에 소리쳐 내 존재를 확인했다.


시계는 3시간51분14초! 연령 그룹 5위! 비록 목표는 달성 못했지만 금년 중 가장 좋은 기록으로 2014년도를 마감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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