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2일 수요일

궂은 날씨속에서 대자연을 맛보며 달리다

132번째 포코노 마라톤

지난 달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회원들과 함께 달려오던 중 결승점을 코 앞에 두고 발생한 폭탄 테러 때문에 완주(完走)를 놓쳤다.
덕분에 지난 19일 포코노 마라톤은 132번째의 마라톤 재도전이 되었다.

5월의 날씨는 때에 따라 폭염(暴炎)으로 변하기 때문에 10일전부터 일기 예보를 주의깊게 보았다. 2000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생애 첫 마라톤이었던 롱 아일랜드 마라톤 대회 때에 기온이 무려 화씨 100도(섭씨 38도)를 웃돌아 풀 마라톤에 실패하고 하프로 만족해야 했던 쓰라린 추억이 있다.
이번엔 5월 하순의 대회인 관계로 등록후에 계속 일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다행으로 생각했다. 함께 출전하는 현철수 박사, 헬렌 최와 함께 대회장소로 떠났다.

좀 늦게 출발한데다 초행길이어서 산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출발 직전에 간신히 도착했다. 번호표를 찾아 출발선상으로 가는데 벌써 출발 신호가 울리는게 아닌가. 모든 런너가 맞은편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기에 볼일을 보고 출발 선상으로 갔을 때는 텅빈 출발 선상에 전자 칩 매트를 걷어내고 있었다.
아뿔싸! 출발 시간을 체크하지 않겠구나! 하고 나의 스톱워치 시계를 작동시켰다.
응원객 뒤를 따라 0.5마일(800미터) 갔을 때 앰블런스와 호위 경찰차가 마지막 주자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때부터 한사람 한사람 추월하기 시작했다.
1마일(1600미터) 갔을 때 상의를 벗었다. 습기가 많고 화씨 55~60도(섭씨 13~15.5도)가 되기 때문에 더위를 느낄 것 같았다. 시원했다. 달려보자! 이런 날씨에서는 근육이 움직여 주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라톤이다.
코스는 Long Pond Town의 Pocono Raceway(자동차 경기장) 외곽에서 출발, 115번 도로, 3007번 도로, 다시 115번 도로, Effort Neor Rd, Poensyl Creek Rd, Foundry St, 2010도로, 2004번 도로를 거처 Stroudsburg High School 트랙 경기장에서 Finish하는 직선코스다. 그러나 산속 도로와 언덕이 많아 비교적 난코스에 속한다.
Long Pond Town은 Appalachia Mountains 산줄기에 위치하며 Pocono Race Way(차동차 경기장)가 있어 잘 알려졌다.
이 경기장은 1968년도에 설립 3/4 마일(1200키로)경주로 시작, 1971년 1/2 마일 2번 도는 1 마일(160km)로 발전했으나 1974년부터는 500 마일(800km)경주가 시작 되었다, 지금은 NASCAR Sprint Cup 대회를 6월과 8월에 개최하고 있다.
Stroudsburg Town은 1700년대 Jacob Strouds Family에 의해 설립됐다. Pocono 지역은 Pennsylvania State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매년 8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와 10억 달러의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는 지역이다
출발 지점을 벗어나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미 대륙 횡단을 할 때 끝도 없이 꼬불꼬불 산골짜기를 달릴 때의 기억이 뇌리를 스쳐갔다.
왼쪽에는 물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쭉쭉 솟아 있었다.
돌고 돌아 한 고개를 넘으면 다시 가파른 경사(傾斜)의 언덕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안개 비가 내리며 몇십미터 앞의 물체가 보이지 않았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호흡을 힘들게 하며 숨을 몰아쉬게 했다.
산속을 벗어나 Stroudsburg Town의 고등학교 트랙 경기장을 한바퀴 돌고 결승 지점을 밟았다. 곧바로 시상식장으로 가서 결과를 보니 출발 때의 전자판이 나의 출발시간을 읽지못해 Office Time으로 계산되어 나이그룹(60대) 3등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약 5분이 초과 계산 된 것이다.
그래도 지난 보스턴대회 때의 악몽을 떨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홀가분했다. 함께 출전한 최헬렌 씨(61)도 여자 60대 그룹에서 3위를 차지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궂은 날씨 속에서 달려서 그런지 어쩐지 몸이 으스스한 느낌이다. 시상식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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