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고도(古都) 해리스버그를 달리다..134번째 마라톤

고도(古都) 해리스버그를 달리다..134번째 마라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펜실바니아 주도(州都) 해리스버그에서 개최하는 마라톤 대회에 현철수 박사와 함께 찾았다.

가을의 마지막 문턱에 선 계절은 쌀쌀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78번 도로는 어둠에 깔려 시야가 오직 앞의 아스팔트 길만 보였다.

어둠이 걷히며 해리스버그 시내 건물이 보이고 유유히 흐르는 Susquehanna River 강물이 나를 반기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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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도착했지만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이 됐다. 번호표를 찾아 가슴에 달며 오늘 잘 달려 주기를 나 자신에게 부탁하며 준비를 세밀히, 그리고 차분하게 하였다.
 
 
 
 
 
아무리 추위를 선호(選好)하는 나지만, 뚝 떨어진 기온을 고려해 소매 없는 상의를 입고, 앞에 번호표를 달았다. 번호표로 차가운 바람을 막아 배를 따스하게 하기 위함이다.




준비를 마친 나는 출발 선상에 섰다. 이윽고 많은 런너들과 함께 힘차게 발걸음을 떼었다.
 
 
 
Susquehanna River 위에서 출발, Market Street 의 다리를 건너 시내로 진입(進入), 한 바퀴 돌아 다시 강 주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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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quehanna River 는 원주민이 정착하고, 해리스버그 탄생의 가장 중요한 지형적 요건이며, 도시 형성의 산실(産室)이다.

BC 3,000년경 전부터 ‘Peixtin’ 혹은 ‘Paxtang’ 족 원주민이 Delaware 에서 Ohio 까지 무역을 하는 교통의 요지(要地)였고, 삶의 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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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년 영국인 John Smith 선장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유럽 대륙에 알려졌고, 1719년 역시 John Harris 가 무역을 하기위해 찾았다. 그가 14년후 800에이커의 땅을 구입하면서 본격적인 정착화가 시작됐다. 존 해리스의 아들 Jr. Harris 가 1785년 이곳을 Harrisburg 로 명명하였고, 1812년 펜실바니아 수도로 지정됐으니 역사 깊은 고도(古都)인 셈이다.

출발부터 마음을 굳게 하였지만, 그것은 마음뿐 다리가 앞으로 나가 주지 않는다
오늘의 목표는 3시간45분! 바로 앞에서 3시간40분 페이스 메이커가 달리고 있었다
속도를 늦추어 천천히 따라 가는데, 3시간45분 페이스 메이커가 곧 뒤에 따라왔다.

보조를 맞추어 달려 6마일까지 갔을 때, 몸이 풀리는 듯하여 앞으로 치고 나아갔다. 출발 했던 City Island 를 한바퀴 돌아, 이번에는 Walnut Steet 다리 건너, Susquehanna River Trail(강둑)을 따라 동쪽으로 시원하게 달렸다.
 
   
 
출발해서 처음에는 더워지는듯 하더니 바람이 불며 추위가 느껴진다. 마시는 물도 차가워 위에서 받아주지 않고, 넘기면, 토할 것 같은 느낌때문에 입가심만 하고 뱉었다. 사타구니 쪽 살이 쓰라려 13 마일 지점에서 바셀린을 바르는 사이에 3시간45분 페이스 메이커가 지나갔다.

16마일 지점에서는 Power Gel 을 받아서 달렸다. 손이 끈적거려 살펴보니, 어느 새 터져서 장갑과 손에 온통 Power Gel 범벅이다. 20 마일 급수대에서 손을 말끔히 씻고는 지금부터 찾아오는 “고통은 즐기자” 라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21.5 마일부터 다시 Susquehanna River Trail(강둑)이 시작 되었다. 다행히 바람이 북풍이어서 달리는 측면에서 불어 주었다.

누구에게도 추월(追越) 당하지 말자! 마라톤은 마지막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자!

저 멀리 건너야 할 다리가 보였다. 초반의 부진을 만회(挽回)라도 하듯 열심히 달렸다. Walnut Street 다리 건너 마침내 Finish 를 했다. 3시간55분54초! 씁쓸한 느낌이 든다.
 
  
 
65세이상 3위 입상패를 받아 들고 나오는데 중국 청년 Thomas 가 다가와 기념 촬영을 하자고 한다.

몸 상태를 생각할 때 최선을 다해 달린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 경기에서 금년도 마라톤 대회의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둘 것을 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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