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산악마라톤을 뛰었다. 필라델피아에서 목회(牧會) 활동과 동포들을 위해 안쉬타인 병원에서 봉사하며, 틈틈
건강달리기를 전도하는 백승원님께서 이번 대회의 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직접 출전하면서 우리 달림이들을 초청해 주셨기에 한만수, 김성유님과 함께 대회장으로 출발했다.
찬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Evansburg State Park 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이 넓은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온다는 것 말고는 주로의 상태나 난이도의 정보 등 사전 지식이 없었다,
도착하여 백승원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돌밭과 잔디 밭, 진흙 길, 오솔길, 돌부리, 나무 그루터기가 많은 산비탈 길,
그리고 냇물을 건너는 산악 마라톤이란 것을 알았다. 트레일 신발을 갖고 와야 하는데, 일반 마라톤화를 신고 달려야만 했다.
10마일(16km) 거리였지만 험한 산악마라톤이었기에 모두 무사히 완주(完走)할 것을 약속하고 출발 선상에 섰다. 내
옆에는 아제 11살이라고 하는 John 이 있었다. 그 아이가 이 험난한 산악 마라톤을 달린다고 했다. 믿기지 않는 아연함을 안고, 코스와 대회
운영 설명을 듣고는 “Good Luck” 행운을 빌어주며 출발했다.
처음부터 험난한 흙길, 돌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이내 운동화가 진흙으로 범벅이 됐다. 오늘의 대회가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는 듯 했다.
Evansburg State Park 은 자연 생태 그대로 유지하는 공원으로 자연림이 우거지고, 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1,000 에이커(400헥타르)의 사냥터와 잉어, 메기, 각종 송어, 장어 등을 잡을 수 있는 낚시터가 있고 자전거, 하이킹,
승마 등 각종 레크레이션과 골프도 할 수 있는 아주 큰 공원이었다.
이 공원은 본래 3,349 에이커(1355헥타르)에 달하는 부지로 1684년 William Penn 이 Lenape
(Delaware)로부터 원시림을 구입, ‘Holy Experiment(거룩한 산림)’으로 불리었다. 유럽에서 종교(宗敎)탄압(彈壓)을 받던
‘Mennonites’ 족이 William Penn 으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약속 받고 정착하기 시작, 산림과 농장, 상점 등을
개척하였다.
1714년 Philadelphia 에 편입되었고, 2차대전 전까지도 원시림(原始林)이었으나 1979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험악한 산길을 달리며, ‘100마일 Endurance Run’ 의 기억이 떠올랐다.
2006년이었다. 무작정 Vermont 100 M Endurance Run 에 도전, 악전고투(惡戰苦鬪) 끝에 완주하고,
산악 마라톤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비록 거리는 짧지만 지금 다시 그때 기분으로 돌아가 달리고 있었다. 시야와 감각이 조금 느린지 발의
착지가 불안전한 것 같았다.
산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지만 감상 할 정신적 여유가 없다. 내 발의 착지가 중요했다. 조금만 헛디디면 돌부리,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멀리 또는 코앞의 땅에서 한 순간도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5 마일쯤에서는 허리까지 올라오는 냇물을 건너고, 진흙 구덩이 길을 따라 달려서 마지막 9.5 마일 지점에 또다시 물을
건너 가파른 언덕을 기다시피 올라 와, 구블구블 산길을 달려 1시간30분39초로 결승점에 도달했다.
온몸이 땀에 젖었고, 발은 진흙으로 뒤범벅이 되었어도 가슴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울트라 런너들의 공통된 감정일 것이다.
나는 60대 이상에서 3위, 한만수님은 4위, 김성유님은 50대 2위! 모두 입상을 했다.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며 대한의 아들들임을
자랑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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