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8일 화요일

눈 속에서 마지막 장거리 훈련!

세상은 은빛으로 빛났다

2012년의 마지막 토요일 눈이 펑펑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된 일요일 새벽 허드슨 강변의 눈길을 달릴 것을 생각하며 집 앞 눈을 치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오전 6시에 집을 나섰다. 골목길은 미끄러워 조심스레 달렸다. Broad Ave 에는 깨끗이 눈이 치워져 있어 다행이었다.





Fort Lee Road 의 가파른 언덕을 헐떡이며 올라 왔을 때는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추위는 간곳이 없다.



Main Street 은 고요했고 눈이 쌓여 있는 상가 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2.5마일(4km)을 달려 도착한 강변에는 조지 워싱턴 다리 초소를 왕래하도록 제설(除雪) 작업이 되어 있어 달리기에 좋았다.



하얗게 덮인 산과 앙상한 나무가지 위에는 눈꽃이 피어 있었다. 저 멀리 다리 위 조명등과 건너편 맨하탄의 건물에서는 오색찬란한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사진도 찍고 감상도 하며 자연에 도취(陶醉)되어 천천히 달렸다.


1 마일(1.6km)를 달려 첫번째 Circle에 도착, Exit 1(Englewood)으로 향하는 길목부터는 눈길을 달려가야만 했다. 뽀드득, 뽀각, 발에 닿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동녘에 붉그레한 해가 언제 눈이 내렸냐는듯 환히 떠오르고 있었다.



Exit 1에서 해와 아침인사를 나누고, 0.4마일(640미터)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갔다. 내리막 길을 달릴 때는 미끄러워 새색시 달리듯 하듯 조심스레 내려갔다. 햇살을 받아 눈길이 은빛으로 번뜩이며 내 눈을 현란하게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를 나 혼자만 경험하는듯 하여 공연히 미안스러워진다.



눈 위로 노루와 새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그 위를 내가 처음 밟으며 지나가는 것이다.

동물들의 발자국과 지나온 내 발자국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얗게 덮인 주로(走路)를 사진기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9 마일(14.5km) 지점 폭포에 도착, 눈부신 햇살, 유유히 흐르는 허드슨 강, 나무에 하얗케 핀 눈꽃, 깎아지른 절벽..

자연에 흠뻑 젖어 황홀하게 내 자신의 존재를 음미(吟味)해 보고 다시 목적지, 경찰서(Alpine)을 향해 출발했다.


눈의 표면이 약간 언 곳은 뽀드득 소리가 났고, 쌓인 곳은 푹석푹석, 소리가 발이 닿을 때 마다 귓전에 울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햇살에 반사되는 황홀한 눈빛을 즐기며 가장 난코스인 경찰서로 오르는 언덕에 도착했다.



1 마일(1.6km)의 멀고도 긴 언덕! 눈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지만 눈길을 오느라 기력(氣力)이 소진 된 상태다. 그렇지만 고난(苦難)의 언덕을 나는 정복해야만 한다. 가자!

웅장한 절벽이 내 존재의 가치를 보잘 것 없이 만들지만, 거침없이 대지를 박차고 흰 입김을 내뿜으며 힘찬 기관차 같이 올라갔다. 반환점 11 마일(17.8km) 경찰서 앞에 도착하고는 허리춤에 차고간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향했다. 긴 언덕길을 내려와 달리기에 몰입했다. 오는 동안 세명의 런너를 만났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이 주로를 달렸을까?


사색도 하고 명상에도 잠기며 나는 달리며 자문자답(自問自答) 한다. 그리고 혼자 중얼 거린다. 반성도 하고, 결정도 하고,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이 좋아 홀로 기나긴 장거리를 달리는지도 모른다. 2012년의 마지막 22 마일(35.4km) 훈련은 서설(瑞雪)의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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